일제 식민지 경영 전략의 한 단면, 사철(私鐵) 영업보고서
제국주의 시대 철도는 식민지 지배를 위한 기본 수단이었다. 지배 체제 유지를 위한 인력의 신속한 이동과 식민지 자원의 안정적인 수탈을 뒷받침하는 사회간접자본이기 때문이다. 서구 열강의 전례에 따라 일제도 식민지 조선에서 급속히 철도를 부설해 나갔다. 하지만 재정이 궁핍한 상황이었던 조선총독부는 노선 부설에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 바로 사설철도 노선의 유치였다. 일제시기 '국철'이 철도망의 뼈대를 이루는 노선의 건설에 집중하였던 반면 사철 노선은 주로 철도 부설이 필요하지만 국철에서 건설할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였다. 사철 건설은 주로 일본 민간의 투자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투자에 비해 수익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조선총독부는 이들 노선에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지급하여 투자자들의 배당금을 보전해 주었다. 그리고 예산 상황에 따라 이들 노선을 매수하여 국철에 편입시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당시 사철의 영업전략은 조선총독부에서 보조금을 받아 일정기간 노선을 운영하다 매각하여 큰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02년 도쿄대학(東京大學) 경제학부가 소장하고 있던 일제시기 사철의 영업보고서를 수집하였다. 이들 영업보고서에는 단지 한 기업만의 영업 내역 뿐만아니라 일제 식민지 경영 전략의 단면까지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 영업보고서 중 특별히 조선철도주식회사의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철도주식회사는 1923년 식민지 조선에서 철도 노선을 운영하던 6개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최대 규모의 사철회사였다. 영업 노선의 수와 선로 연장에서 다른 사철회사를 압도하였고 '조선철도12년계획' 시행 과정에서도 단연 가장 많은 노선을 조선총독부에 매도하였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에는 1924년 1월에서 1931년 2월까지의 영업상황을 알 수 있는 총 13회 분의 영업보고서가 수집되어 있다. 보고서를 통해 해당 기간의 영업 실적, 회사 규모, 노선 건설 및 유지 내역, 손익결산, 주주명부 등 회사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매 회 보고서 마지막 부분에 '정부보조금 및 이익금 처분'과 관련한 내역이 수록되어 있어 조선총독부로 부터의 보조금 유입 규모와 그 처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